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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人]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K콘텐츠는 2차전지·가전 뛰어넘는 수출산업”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글로벌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10년 새 한류 팬이 24배나 증가했다”며 “이젠 결과를 내야할 때 란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차전지와 가전을 뛰어넘는 K콘텐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본격 육성해야 합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전 세계 한류 팬이 10년 새 24배나 늘어 2억 2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하루 빨리 핵심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월 K-컬처 글로벌 홍보의 최전선 책임자들이 모인 ‘2024년 한국문화원장·문화홍보관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42곳의 기관장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문화예술과 체육, 관광 등 K-콘텐츠 전반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문체부가 곧, 문화산업부”임을 강조했다.
유 장관의 최근 일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문화산업 활성화와 관련된 것들이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 발표회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 K-컬처의 해외 확산을 총력 지원해 우리 문화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70여 회 이상의 분야별 의견수렴을 토대로 마련한 이번 전략은 국제문화정책의 통합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K-컬처 전반의 해외진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취임 7개월을 지낸 유 장관의 어깨는 무겁다. 지금까지는 전국을 누비며 문화, 체육, 관광, 콘텐츠 등 각 분야 인사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수도 없이 경청해왔다. 이제부터는 그간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정책으로 담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분초를 다투며 현장을 누비는 유 장관을 글로벌경제신문이 특별인터뷰로 만났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문화체육관광 정책 수장을 두 번째 맡은 소감과 K-콘텐츠 육성 계획,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 시니어 세대의 건강을 위한 지원책 등을 두루 들어봤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세계 책의 날’ 행사에 참석해 독서 문화 진흥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장관 취임 7개월여가 지났는데 2008년에 이어 15년여 만에 다시 문체부를 이끌어보니 어떻습니까.
▲우리 문화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주무 장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15년 전에도 아시아권에선 ‘겨울연가’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 열풍이 있었지만 현재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은 압도적입니다. 드라마를 넘어서 K-팝, 영화, 웹툰, 게임, 한식 등 전 장르에 걸쳐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성형 AI 등 신기술 등장과 글로벌 OTT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지고, 전 세계가 콘텐츠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는 등 급격한 시장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변화에 발맞춰 K-컬처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문화정책의 기틀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 “문체부가 글로벌 진출 기업을 지원하는 문화산업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이를 위해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까.
▲2022년 기준 콘텐츠 산업 매출액(151조1000억원)과 수출액(132억4000만 달러)은 각각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수출 규모가 2차전지(100억달러)나 가전(81억달러)을 뛰어넘는 등 K-콘텐츠는 국가 신성장 동력이자 핵심 수출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정부는 K-콘텐츠 산업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잡도록 국가전략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고자 합니다. 정책금융 투입(1조7400억원)을 통해 자금난을 해소하고 영상콘텐츠 제작비를 비롯해 게임·웹툰·음악 등 콘텐츠 전 장르의 세액공제를 최대 30%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IP(지식재산권) 전 단계에 걸친 수출특화·보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우수한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중앙)이 ‘외국인 한국문화 홍보 활동가 발대식’에서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콘텐츠를 1억 달러어치 수출하면 식품·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도 1억8000만 달러가 증가하는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은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K-콘텐츠 프리미엄을 통한 소비재·식품·뷰티 등 연관산업 수출 확대를 통해 K-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일상 문화로 스며들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5곳에 불과했던 콘텐츠 해외비즈니스센터를 2027년에는 50개로 확대하고, 일본 등 글로벌 핵심 콘텐츠시장 내 기업지원센터를 신설해 우리 콘텐츠 기업이 세계 소비자들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K-컬처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K-컬처의 매력은 보편성과 독창성의 만남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 속 전통놀이와 국악을 접목한 BTS의 ‘IDOL’ 등이 대표적입니다.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외국인의 77.5%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긍정적 평가 요인 중 문화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34.9%로 1위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가 인기를 얻게 된 바탕에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우리만의 독창성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뛰어난 IT 기술과 결합해 고품질 콘텐츠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tvN 역대 최고 시청률로 아시아, 미주, 유럽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수현(우측) 김지원 주연의 K-드라마 ‘눈물의 여왕’ 스틸 컷/사진=CJ ENM 제공



- 글로벌 신냉전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국제 문화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게 있나요.
▲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재외문화원·홍보관과 코리아센터를 거점으로 문화교류를 적극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기존의 한국어, 태권도 강좌, K-팝 아카데미처럼 현지인들이 직접 체험하며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아울러 현지 기관과의 전략적·장기적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국내 예술인, 문화기관과의 교류 확대를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한국의 고품격 우수 작품을 세계 각지에 알릴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국립무용단의 ‘묵향’ 미주순회공연,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실험프로젝트’ 유럽순회전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현지에 나가 있는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글로벌 문화교류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 K-컬처의 뿌리인 순수예술 분야의 중요성도 간과해선 안되겠지요.
▲예술계의 획기적 성장을 위해 순수예술 지원 예산을 늘릴 것입니다. 먼저 창작지원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창작 지원사업에서 1건당 평균 3000만원씩 나눠주던 소액다건식(小額多件式) 지원을 줄이는 대신 축제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평균 1억원씩 지원하려고 합니다. 또 국고 지원사업의 창작 단가 기준을 1.5배까지 확대하겠습니다. 예술인 일자리 지원도 늘릴 겁니다.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민간 예술단체의 청년예술인 고용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올해 10개로 시범 운영하는 지역 대표예술단체도 지역예술인의 일자리가 되도록 지원합니다.

지난달 유인촌 문체부 장관(우측 다섯번째)이 전북특별자치도를 찾아 지역예술인들과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평소 전통문화 지원 확대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구체적 계획이 있습니까.
▲전통문화는 외국인이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하는 주요 계기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전통문화는 K-컬처의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전통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적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는 9월 시행되는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은 전통문화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문화 분야별 육성정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전통문화 3D 데이터 구축을 확대하고, 전통문화상품의 소재 개발 및 공정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등 전통문화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자 각국의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요. 더 많은 외국인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관광’을 세계시장에 알리기 위해 지역과 연령, 주제별로 권역을 세분화하고 맞춤형 밀착 마케팅을 추진 중입니다. 2023년 기준 관광객 규모가 572만7000여명으로 가장 많은 일본과 중국 및 중화권의 경우 한류에 대한 관심과 방한 경험이 많은 2030 여성, 교육 목적의 여행객을 비롯해 생활체육, e스포츠 동호인 등 특수목적 여행객을 주요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주 및 유럽 지역의 방한객은 체류 기간이 길고 여러 도시를 묶어서 여행하는 특성을 고려해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 관광상품을 기획·홍보하고, 템플스테이와 등산 등의 체험 콘텐츠와 채식, 휴가지 원격근무, 아트페어 등 특정 계층에 맞춘 테마 상품도 적극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인촌(좌측 네번째) 문체부 장관이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코리아시즌’ 개막공연을 관람한뒤 무대를 향해 손뼉을 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2024 파리올림픽·패럴림픽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 올림픽은 세계인들에게 다양한 K-컬처의 매력을 알리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히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센강에서의 최초 야외 개막식, 문화 명소를 활용한 경기장 등 화제가 될 만한 요소가 많아서 더욱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비보이 댄스 공연을 포함해 국악, 전시, 도서, 패션, 한류박람회, K-관광 로드쇼 등 15개 이상의 대규모 행사가 이번 달부터 11월까지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2024 파리 코리아 시즌’이란 이름으로 열립니다. ‘코리아 시즌’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국내 참여 기관, 단체들과 함께 통합 홍보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강한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 내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3%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와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스포츠시설을 확충하고 맞춤형 생활스포츠 프로그램을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예컨대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체육시설과 건강증진 기능 시설로 구성된 ‘시니어 친화형 국민체육센터’ 건립비 일부를 국비(시설당 30억원)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 74곳의 체력인증센터를 통해 어르신들의 체력을 측정하고 맞춤형 운동을 처방하고 있으며, 스포츠 참여에 따라 인센티브(5만원 이내 스포츠 상품권)를 제공하는 제도도 시행중입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파크골프대회’에서 시니어 참가자들이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사진 중앙)과의 기념사진 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대한체육회 제공



- 스포츠 체험 등 중장년 시니어들 국제교류가 활발한데, 계획은.
▲노년층의 체육 활동을 활성화하고 건강을 지원하는 것은 의료비 및 사회간접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따라서 운동하는 어르신들의 생활문화 확산을 위한 생활체육 국제교류 활성화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정부는 세계 여러 나라와의 스포츠 교류를 통해 최신 노인체육 프로그램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협력을 통해 어르신들이 다양한 체육 활동에 참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통한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세계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교류를 더욱 확대해 고령자 체육활동의 질을 높일 계획입니다.


◇유인촌 장관은
한성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연극영화과)졸업하고 1974년 MBC 공채탤런트로 안방 극장에 데뷔했다. 같은 해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에 대한 특별한 재능을 인정 받은뒤 연극 연출과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중앙대학교 교수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직(제44대)을 수행했다. 이후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과 예술의전당 이사장, 대통령문화체육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10월7일 두 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됐다.



/글로벌경제신문